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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Nomad/Columnist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6] 4차 산업혁명과 벤치마킹

 

누군가 유명 피트니스센터에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으며 다듬어진 자신의 몸을 SNS에 자랑한다. 이내 많은 사람들이 멋진 몸을 상상하며 다이어트도 하고 운동도 해본다. 소비사회에서 브랜드 소비를 통해 나의 정체성을 찾았다면 이제는 자신의 몸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바야흐로 ‘몸’의 시대가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번번히 실패한다. 자기 삶의 방향에 맞는 자기만의 방식 없이 따라 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은 기업들의 벤치마킹이 이런 상황은 아닐까?

 

 

三人行 必有我師焉 (삼인행 필유아사언)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그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이다. 착한 사람한테서는 그 선함을 배우고, 악한 사람한테서는 그를 보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수 있다는 것으로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이다.  

 

기업경영에서도 이 말은 그대로 적용된다. 과거, 더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위해 고민하던 기업들은 소위 잘나가는 기업을 본받아 그들처럼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잘나가는 기업의 방식을 기준점 benchmark으로 하여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벤치마킹 benchmarking이다. 

 

벤치마킹의 개념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제록스 Xerox사 이야기다. 제록스는 미국에서 독점적으로 복사기 시장을 석권해 왔으나, 1976년 혜성과 같이 나타난 중저가 제품 위주의 복사기를 취급하던 일본의 캐논 Canon사는 “제록스를 깨부숴라!”라는 광고와 함께 품질, 기능, 디자인 면에서 제록스를 능가하면서 제록스의 생산가격보다 낮은 판매가격으로 제록스의 기존 시장을 충격적으로 잠식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제록스의 회장은 일본 캐논을 철저히 비교·분석하여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다.  

 

제록스의 CEO 데이비드 컨스 David Kearns는 벤치마킹이란 ‘힘든 경쟁상대나 혹은 우수업체라고 인정되는 기업들과 비교하여 생산, 서비스, 업무 등을 평가하는 지속적인 과정’이라고 하였는데, 이후 GE의 잭 웰치 Jack Welch는 벤치마킹 방식에 ‘최고 실행수준 Best Practice” 개념을 더해 경영혁신 프로그램인 군살 빼기 작전 Work-Out을 성공한다. 이에 전 세계의 기업들은 벤치마킹 기법을 도입하게 된다. 

 

 

벤치마킹의 덫

 

마케팅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4P 믹스 전략’, 즉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 이 네 가지 요인들에 더해 프로세스(Process)와 사람(Person)을 더해 ‘6P’s’를 말하기도 한다. 이것은 벤치마킹에서도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보통 벤치마킹 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6P’s를 비교·분석하여 베스트 프랙티스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스트 프랙티스는 다양한 형태의 지식과 노하우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부분은 쉽게 드러나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부분은 구성원의 몸과 마음에 체득되어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드러내기 꺼리는 부분도 있다. 그러므로 벤치마킹은 종종 실패로 끝나기도 한다. 물론 벤치마킹을 망치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욕구가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다른 회사는 어떤가?”라는 질문에, “타사의 전례가 없다.”고 답할 때 많은 경우 새로운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는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조직 속성 때문에 “평균만 하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단순히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한다. 

 

둘째, 목적을 잊고 방법에 매몰되기 일쑤다. 즉, “우리는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우리는 똑바로 일하고 있는가”에 대한 프로세스에 빠져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옳은 일을 하는 것 Do the right thing’이 ‘똑바로 일하는 것 Do the thing right’ 보다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셋째,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동일 산업에서 경쟁자에게 배우는 것은 항상 그 수준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종과의 교배’를 의미하는 ‘통섭(統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방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배워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삼성은 최고의 서비스가 최고의 기업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고객에게 노 no라고 대답하지 않는 기업, 서비스의 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는 노드스트롬 Nordstrom을 벤치마킹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삼성의 서비스에서 노드스트롬의 정신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사회와 기업의 풍토는 합리성(合理性)보다는 합정성(合精性) 이 강한 문화적 특성이 있어 결정의 단계에 ‘다수 선호 사상’의 분위기에 쉽게 빠져드는 것도 벤치마킹을 망치는 이유다. 조직문화나 구성원의 독특한 소통 방식이 있을 수도 있는데, 모든 것을 숫자로 표현하고 모델링 함으로써 일의 과정이 지나치게 단순화되는 것도 문제다. 또한, ‘너 자신을 알라’에서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여야 하는데 무작정 효율성을 높이고 싶다든지, 매출을 높이고 싶다든지 하는 목표먼저 잡고 시작하는 것이 큰 문제다. 그러다보니 흉내 낼 것과 지켜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벤치마킹은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예측이 불가한 초불확실성의 시대를 거쳐왔다. 그리고 지금, 뷰카(VUCA, 변동성 Volatility, 불확실성 Uncertainty, 복잡성 Complexity, 모호성 Ambiguity)로 설명되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혼돈의 시대를 겪고 있다. 하여 지향점을 잃은 많은 기업은 더욱더 벤치마킹에 목을 매고 있다. 이미 성공한 검증된 방식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명확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 벤치마킹은 우리에게 더 많은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러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벤치마킹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의미 없는 비교를 그만두고 너 자신을 알라”. 우리는 그동안 생산성을 높이거나 실패할 확률을 낮추기 위해 산업 내에 리더를 쫓아 따라 했다. 그리고 근면과 성실로 그들을 따라잡았다. 그러나 따라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느새 그들은 저만큼 가 있다. 그리고 벤치마킹은 계속되고 자신의 방식 way은 사라진다. 그러므로, 비교하지 마라. 샤넬 CHANEL 왕국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 Karl Lagerfeld는 "비교를 멈출 때 개성이 시작된다. Personality begins where comparison ends“고 하였다. 또한, 이미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산업의 경쟁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마저 발생하고 있다. 레드 오션 red ocean에서는 경쟁해야 하지만, 블루 오션 blue ocean에서는 경쟁자가 없으므로 비교할 것도 없다. 오직 나를 더 이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성공이 아닌 실패에서 배워라” 영국의 스티브 잡스,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 Dyson 사의 제임스 다이슨 James Dyson은 "실패를 즐겨라, 성공에는 배울 것이 없다. Enjoy Failure and learn from it. You can never learn from success”라고 한다. 그는 실제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만들기 위해 5년간 총 5,127개의 진공청소기 프로토타입 prototype을 만들어 지금의 완성품을 만들었다. 모든 실패는 성공을 담고 있다. 애초에 모든 시도는 성공을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실패를 살펴보아야 한다. 

 

벤치마킹은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도구 A tool for continuous improvement’일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일회용 조처가 아니라 학습조직을 창출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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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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