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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Nomad/Columnist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8] 4차 산업혁명과 창의적 사고

 

“지금의 세계 경제 체제에선 단지 열심히 하고 부지런한 것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물론 변함없이 귀중한 덕목이긴 하나, 전적으로 그것들에만 의지해선 막대한 재원과 매우 낮은 비용 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들을 상대하기 어렵다.”, “성장을 지향하는 조직이라면 모든 구성원의 창조적 능력을 이끌어 내고 계발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을 혁신하는 기업, 아이디오 IDEO의 창업자 톰 켈리 Tom Kelly와 데이비드 켈리 David Kelly는 이렇게 말했다.


4차 산업혁명과 창의·융합

 

사물인터넷 IoT, 인공지능 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 기술에 기반을 둔 초연결, 초지능, 초기술 사회는 우리의 삶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바꾸고 있다. 이에 미래형 인재로 일컬어지는 ‘창의·융합 인재’ 육성을 위한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의 각 앞글자) 교육이 일찌감치 시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7년 부시 대통령에서 시작한 STEAM 교육이 정권을 넘어 현재까지 시행되며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다양한 관점과 사고능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배양 및 소통과 배려 등의 협업 역량 육성을 위해, 2011년 한국과학창의재단(KOFAC)에서 STEAM에 대한 기초연구를 시작한 것이 그 시초이다. 

 

창의재단은 연구를 거쳐, ‘소통 communication, 창의성 creativity, 융합적 사고 convergence, 배려 caring’가 우리나라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실질적이고 가치가 있는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스스로 협동하고 활동하며 궁극적으로 주어진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긍정적 감성을 느끼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창의적 설계(Creative Design)’와 ‘감성적 체험(Emotional Touch)’” 교육을 진행한 결과, 지속적인 감성적 깨우침으로 인해 행복지수가 증진되었다고 하였다. 

 

중세 길드의 도제식 교육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며 생산의 효율성을 위해 사각형 교실에 아이들을 가둬 놓고 동일한 교육을 시키던 것이, 창의와 협업으로 스스로 문제를 풀고 그 과정에서 감성적으로도 충만해진다니 더없이 훌륭한 교육법으로 생각된다. 아직 암기형 교육을 벗어나지 못함에 실제로 우리의 교육이 이렇게 바뀔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이 같은 방법은 비단 교육 현장뿐만 아니라 행복한 직장을 꿈꾸는 산업현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우리의 조직은 아직 ‘암기형 효율 중심 논리적 사고’를 배우고 익히고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정해진 대로 답을 풀어내는, ‘로지컬 씽킹’

 

“뭐 좋은 아이디어 없어?” 회의 시간에 항상 듣는 말이다. 답을 내 놓으라는 거다. 그러면 더 많이 암기하거나 용감한 학생이 답을 하듯, 조직에서도 누군가 답을 한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그 답이 결정되면 이제부턴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하면 된다. 한국은 마켓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경력과 연륜이 있는 사람이 대체로 시장을 잘 읽고 있다. 그래서 문제가 있으면 답만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문제에 부닥쳤을 때 ‘답을 요구하는 방식’이 만연한 것은 로지컬 씽킹 logical thinking에 있다고 본다. 

 

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mpany, 1926년 설립), 보스톤 컨설팅 그룹(BCG: Boston Consulting Group, 1963년 설립), 베인 앤 컴퍼니(Bain & Company, 1973년 설립). 이들을 세계 3대 컨설팅 업체라고 한다. 대략 반세기에서 백년 가까이 전세계의 다양한 기업 경영을 컨설팅 하였으니,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나가는 그들의 방법론에 '딴지'를 걸 사람이 누가 있었겠는가? 오히려, 그들의 방식을 검증된 방식이라 여기고 도그마 dogma로 숭배하였었다. 

 

문제해결에 있어서 프로인 경영 컨설턴트들은 항상 다양한 문제를 받고 정해진 시간 내에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해결책은 사람과 물건과 돈과 정보와 기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즉시 실행에 옮겨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컨설팅 업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생각하고 판단과 결정을 하는 틀, 체계 혹은 구조 그 자체인 프레임워크 framework를 만들어 낸다. 

 

가령, 문제를 해결할 때 뿌리에 있는 구체적인 원인을 밝혀내는 로직트리 logic tree기법을 보자.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문제와 인과관계가 있는 여러 원인을 찾는다. 이때 정보수집이나 경험에 의해 원인을 찾고 원인추궁이라는 논리과정을 통해 원인을 구체화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를 선정하는 식이다. 철저하게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방식 logical thinking으로 문제 풀기 problem solving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1960년대 만들어진 마케팅의 ‘4P’도 전설처럼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과거의 프레임워크를 통한 문제 풀이는 문제가 있다. 로지컬 씽킹이 합리적이지만, 프레임워크를 따라 문제를 풀다 보면 프레임워크에 맞게 논리가 전개되고 논리 자체가 프레임워크에 규정된다는 것이다. 또한, 창의와 혁신, 협업이라는 인간적인 요소가 빠지고 오직 input-output과 같은 문제에 대한 해답만을 찾는 ‘관성’에 의한 ‘업무’를 보게 된다. 더욱이 전 세계 모든 조직이 같은 프레임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더 싸게 만들거나 규모를 더 키우거나 차별화하는 정도가 답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프레임워크를 작동하게 만드는 다양한 정보들-시장규모, 성장률, 제품가격, 대체재, 포지셔닝, 경쟁자, 소비자 행동, 소비행태, 경기나 트렌드와 같은 외부요인-을 알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경계 없는 경쟁환경’에서 데이터나 정보가 없고, 정량화 되지 않고, 쉽게 분석되지 않아 예측이 어려우며,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서 인과관계를 찾기도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로지컬 씽킹 방식은 대체로 시작 시점에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 왜 하는지까지 정해지고 단지, 그 정도나 수준을 얼마나 달성할지, 그것만이 관건이 된다. 얼마나 달성할지 결정을 하더라도 자원을 투자하는 쉬운 일이 아니다. ‘High risk, high return’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로지컬 씽킹은 예전만큼 효과가 없어지고 있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는, ‘디자인 씽킹’

 

스티브 잡스는 ‘세상에 없는 물건’을 놓고 시장조사를 하지 말라 하였다. 대신,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반복하며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 사항에 맞는 디테일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론의 모태가 바로 디자인 씽킹 design thinking이다. 디자인 씽킹은 IDEO 창업자이자 스탠포드대학 디자인스쿨(d.school) 설립자인 데이비드 켈리와 톰 켈리에 의해 알려진 방법론이다. 

 

디자인 씽킹은 어떤 정형화 된 모델이 아니라, '유저 입장에서, 나만의 관점으로, 가능한 생각들을 빠르게 구체화시켜 검증하는 프로세스'다. 이 프로세스는 다섯 과정을 거친다. 첫 번째는 다양한 상황 속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관찰하며 그들이 겪는 불편함을 직접 느끼고 공감하는 것으로 시작(공감하기, empathize)한다. 두 번째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파생되는 불편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모든 대안을 생각(정의하기, define)한다. 세 번째는 문제 해결을 위한 가능한 모든 대안을 생각(구체화, ideate)한다. 네 번째는 가장 좋은 아이디어로 시험 제품을 빠르고 저비용으로 제작(창조하기, prototype)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프로토타입이 정말 문제를 해결해 줄지, 실용 가능성을 시험(경험하기, test)하는 것이다. 

 

디자인 씽킹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좋은 질문이 좋은 해답을 가져오는 것”과 같이,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과정을 통해 바른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책상머리에서 보고서나 분석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문제정의를 ‘현장’과 공감을 통하고 해결책도 ‘현장’과의 소통을 통하며, 이 과정은 협업을 통해서 하라는 것이다. 

 

최근 디자인 씽킹이 유행이 되고 있다. 과거 대량생산 시대에 통했던 기업 중심의 힘의 논리와 성공의 방정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불확실성과 변화의 속도에의 대응이 관건인 지금, 분석보다는 직관과 통찰이, 논리보다는 감성이, 관리보다는 혁신이 중요하게 되었기 때문에, 로지컬 씽킹을 대신한 조직의 사고방식 혹은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디자인 씽킹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딱 맞다. "빨리 실패할수록, 더 빨리 성공한다(Fail faster, Succeed sooner)”라고 데이비드 켈리가 말한 바와 같이 방법론 자체가 빠르지만, 지금의 환경은 그것을 더 빠르게 실현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가령, empathy는 빅데이터를 통해 가능하며, Ideate와 define은 전문가 그룹과의 네트워킹으로 가능하다. Prototype은 알고리즘과 3D프린터로 가능하며, test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가능하다. 그러므로, 자원의 투자 관점이 ‘High risk, high return’이 아니라, ‘high speed, high opportunity’와 같이 유연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에 딱 맞는 방법론인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디자인 씽킹이 단순히 문제를 푸는 새로운 관점의 방식이어서가 아니라, ‘건강한 실패’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탄력성, 겸손, 용기, 그리고 ‘창조적 자신감’을 배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협업, 그리고 과정에서의 긍정적 감정 경험을 통해 조직의 ‘지속 가능 성장’ 역량까지도 키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디자인 씽킹은 그 효용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What Women want’의 교훈

 

종래의 이론과 구조,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치가 통용되기 어려운 시대다. 바야흐로 패러다임 붕괴의 시대다. 이러한 시대에 고객에게 선택받고 지속성장을 하려면, 조직은 어떻게 ‘사고’ 해야 하는가? 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 2000》'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끗발 날리는 광고 기획자 닉(멜 깁슨 분)은 속물 바람둥이에다 울트라 마초 남성 우월주의자다. 어느 날 그에게 청천벽력이 일어나는데, 승진의 기회를 경쟁사 직원, 그것도 여자(달시(헬렌 헌트 분))에게 뺏겼기 때문. 거기에 상사로 오는 불상사까지.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여성용품을 한 보따리 안겨주며 기획안을 내라 닦달한다. '여자가 되어 보기'로 한 닉은 립스틱에 마스카라, 스타킹도 신어보며 여자를 이해했다고 우쭐한다. 순간 욕실 바닥에 넘어져 감전되는데, 정신을 차린 후 여자의 속마음을 듣게 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후 닉은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여성의 마음을 이해하며, 진심으로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그러면서 닉은 딸 그리고 동료들과도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게 되고, 달시와도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된다. 

 

다소 진부한 이야기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닉이 여성용품 광고를 위해 여성용품을 써보며 우쭐해 하는 것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기 관점으로 고객을 이해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선언적인 문구를 외치며 ‘고객만족’이 실현된 것으로 착각하는 기업의 모습과 같지 않은가? 본질(여성을 진심)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형식(여성 흉내)만을 취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닉과 같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초능력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동료의 마음과 머리를 움직여 함께 변화를 만드는데, 과거와 ‘다른’ 사고방식으로 ‘함께’ 도전하는 것이면 훌륭한 시작이 될 것이다. 그것이 ‘디자인 씽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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