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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Nomad/Columnist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7] 4차 산업혁명, ‘탈중앙화’와 조직관리

 

'권위'로 통제하던 조직관리는 끝났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일’과 ‘조직’의 변화 

 

2016년 5월 미국 뉴욕, 100년 역사의 로펌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인공지능(AI) 변호사를 최초로 채용한 것이다. 그리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지난 2월 국내 로펌에 AI 변호사가 취직했다. 변호사만 150여 명인 대형 로펌이다. 안 그래도 몇 해 전 ‘유엔 미래보고서 2045'는 30년 후 AI에 대체될 위험성이 큰 직업으로 변호사를 꼽았었는데, 이쯤 되니 변호사들은 밥그릇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영화나 TV에서 많이 봐왔듯이 재판이든 기업 자문이든 변호사 사무실엔 각종 자료와 사건 관련 서류가 무더기로 쌓여있는데, AI 변호사와 함께 일하는 변호사 사무실에는 서류 무더기는 고사하고 그 흔한 법전 한 권 보이지 않는다. AI 변호사가 사건에 대한 판례 서칭, 법률용어 검토, 관련 법률 분석 등 인간 변호사가 짧게는 몇 일, 길게는 수개월에 걸려 하는 이 모든 작업을 수십초 안에 끝내 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AI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일을 대신한다. “변호사의 70%가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 AI 변호사와 협력한 인간 변호사의 전망.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지니 수임료가 낮아지는 게 당연하고, 과거와 같이 ‘좋은 직업’으로써의 매력이 떨어지니 하고자 하는 사람도 급격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의료계에서도 AI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광고 대행사에서도 크리에이티브를 책임지는 CD(Creative Director)의 혜안보다 빅데이터 분석이 더 먹히고 있는 실정이다. 

 

누구나 AI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리라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AI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할 일들이란 게 단순하거나 위험하거나 하는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미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무인 공장이 생겨나고 있는데도) 소위 ‘전문직’ 분야마저 이렇게 빨리 변화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은 ‘일’과 ‘일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일하는 주체’까지 바꾸고 있다. 로봇과 AI와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사람, 혹은 조직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중앙집권, 위계를 통한 관리와 통제 

 

산업혁명 시기마다 각각의 고유한 조직 형태와 운영방식이 있었다. 중세 가내수공업 기반의 ‘길드 경제’ 이후, 공장제 기계공업 기반의 1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분업의 효율성을 위해 노동과정이 관리·통제되었었다. 생산공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테일러리즘 Taylorism은 노동자를 경영자의 지침만을 따르는 '인간기계'로 만들었는데, 이로써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효율적 및 효과적으로 일이 이루어지게 하는 과정’이라는 의미의 ‘경영’이라는 개념이 탄생한다. 

 

2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을 의미하는 포디즘 Fordism의 시대다. 대량생산을 위한 위계조직과 관료가 조직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때, 현대적 개념의 인사관리가 출현한다. 생산의 3요소인 ‘토지·노동·자본’ 중에서 효율적 운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 핵심이 ‘노동’인 만큼, 경영에서는 사람에 대한 ‘관리’를 중요하게 다루었을 것이다. 초기의 사람 관리는 '천하의 일은 적임자를 얻어서 맡기면 절반 이상 이뤄진 것이다(天下事, 得人而任之, 思過半矣)'라는 정조의 인재상과 같이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다 높은 생산성뿐만 아니라 경영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사람을 ‘자원’ 관점에서 보면서 ‘인적자원관리(HRM)’ 개념이 도입된다.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지에 대한 고민은, 사업구조를 평가하기 위한 전략적 분석 도구인 BCG 매트릭스(‘PPM: Product Portfolio Management’라고도 함)의 개념을 사람에게 적용하기에 이른다. BCG 매트릭스는 ‘상대적 시장 점유율’과 ‘상대적 시장 성장률’ 2개의 차원으로 분석하여 신규사업은 Question Marks(물음표, 고성장/낮은 점유율), 성장사업은 Stars(별, 고성장/높은 점유율), 수확사업은 Cash Cows(자금젖소, 저성장/높은 점유율), 그리고 철수사업은 Dogs(개, 저성장/낮은 점유율)로 구분한다. 

 

BCG 매트릭스는 자금젖소에서 발생한 초과자금으로 스타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물음표 사업단위들을 지원하여 미래의 스타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사업 성장에 방해가 되는-저성장에 점유율도 낮은 ‘개 Dogs 사업(제품)’를 언제 퇴출할지 고민한다. 그래서 대부분 ‘개’를 없애면 기업이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개’를 없애면 무언가가 그 영역으로 들어와 ‘개’가 된다. 사람관리에도 이 자원 관리 기법이 통용되는데, 저성장률/낮은 점유율의 ‘개 사업(제품)’과 마찬가지로 핵심인재로의 잠재력과 조직/매출 기여도가 낮은 사람을 퇴출하면 누군가 ‘개’의 영역에 들어가게 마련이다. 

 

1993년 6월 7일,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임원 수백 명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소집하여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며 ‘신경영’을 선언했다. 그리고 얼마 후, 신경영이 저항에 부닥치자 이건희 회장은 일명 ‘뒷다리론’으로 조직을 질타한다. “뛸 사람은 뛰고, 걸을 사람은 걸어요. 걷기도 싫으면 그냥 놀아요. 안 내쫓을 테니. 하지만 남의 발목은 잡지 말아요. 왜 앞으로 가려는 사람을 옆으로 돌려놓나?” 이건희 회장은 일찍이 매트릭스(조직) 상에서 ‘개(말썽꾼)’를 버리면 누군가 또 ‘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디지털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3차 산업혁명에서의 ‘전통적인’ 조직은 수평화와 유연화에 대한 다양한 도전에 부딪혔지만, 오랜 세월 굳어진 중앙집권형 관리와 통제는 쉽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혼돈의 시대에 생존을 위한 혁신보다 내실을 다지며 보수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이 더 안전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영학이 생긴 지 25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과거의 인력 관리 시스템은 튼실하게 작동하고 있다. 

 

 

‘탈중앙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3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변화에 대한 도전을 지켜보는 시기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생존을 위한 도전을 해야 하는 시기다. 세계경제포럼(2016)에서는 4차 혁명을 “AI와 기계학습 Machine Learning, 로봇공학, 나노기술, 3D 프린팅과 유전학과 생명공학기술과 같이 이전에는 서로 단절되어 있던 분야들이 경계를 넘어 분야간 융·복합을 통해 발전해나가는 ‘기술혁신’의 패러다임’”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산업 분야의 혁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혁신은 혁신적인 기술을 범용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려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궁극적으로 사회와 경제 구조마저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즉, 기술 혁신은 사회 전반을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을 초래하여, “대자본, 거대 소비시장, 노동력 중심의 대량생산 등이 만들 수 있었던 산업경제 시스템에서 소자본, 특화시장, 자동화, 개인화 기반의 디지털 경제로 변화가 가속화될 것(KT경제경영연구소)”이라는 것이다. 

 

기업 환경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이 최신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데이터를 활용하여 웹이나 모바일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수준에서, GE나 지멘스 SIEMENS와 같이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가상세계와 물리적인 세계를 연결하는 가상물리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조직은 ‘초(超)연결성’이라는 현상을 겪게 된다. 초연결성이란 조직 구성원-고객-이해관계자-CPS 간의 연결까지를 의미하며, 이에 따라 조직 구성원의 역할도 변화한다. 기존에는 조직의 위계가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규정하고 직무 정의서가 구성원의 역할을 정의했다면, 초연결 조직에서는 정보 흐름의 구조에서 각 개인이 어떤 위치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구성원의 역할과 관계가 결정된다.

 

그리하여, 조직 구성원은 ‘긱 이코노미 Gig Economy’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 환경과도 연결되고 소통해야 한다. 우버,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긱 이코노미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각종 물품이나 서비스가 모바일 네트워크 또는 온라인 장터를 통해 적시적소에 거래·제공되는 주문형 서비스를 일컫는데, '온디맨드 On-Demand 경제'에서 기업의 조직은 내부 조직 구성원뿐만 아니라 접근성·편리성·가격 경쟁력 등을 무기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을 ‘휴먼 크라우드 human crowd’ 형태로 고용하여 함께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조직은 ‘탈중앙화(혹은 분권화) decentralization’ 된 조직으로 바뀌고 이로 인해 과거의 중앙집권적 통제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게 되므로, 더 이상 과거의 조직 관리 기법으로 조직을 통제하고 관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계·장비 제조 업체로 최근 전력화, 자동화, 디지털화 영역을 리드하고 있는 160여 년 전통의 독일 기업 지멘스의 세드릭 나이케 Cedrik Neike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맞은 한국에게 “중기를 모아서 클러스터를 만들고 연구할 수 있는 학계 클러스터, 펀딩 정부 단체를 만들어서 허브를 만들어야 합니다.”라며, 생태계를 조성하여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분권하면, 중앙집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기업들이 디지털화를 피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물리적 현실 세계의 생산, 유통, 소통이 디지털 세계로 더 많이 복제되고 소프트웨어에 의해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급히 움직일 필요는 없다. 당연히 충분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잭 트라우트 Jack Trout와 알 리스 Al Ries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의 제1법칙인 '선도자의 법칙(The Law of Leadership)’은 4차 산업혁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선발자가 시장을 장악하면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후발자의 신규 진입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게다가 후발자로 어렵게 진입하더라도 조직의 역량(전문성과 실행력)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므로 더더욱 따라잡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조직 역량을 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직(組織)이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많은 개인 및 여러 집단에 전문·분화된 역할을 부여하고, 그 활동을 통합·조정하도록 구성한 집단'이라는 의미와 함께, '날줄과 씨줄을 조합하여 직물을 짜는 일'이라는 의미도 있다. 시스템이나 기술이 날줄이라면, (사람을 포함하여) 조직문화는 씨줄이다. MIT 슬로안 매니지먼트 리뷰에 따르면, 디지털 환경에 맞는 조직문화는 유연하고 재빠르며, 대담하면서 실험적이며, 직관성보다는 데이터에 기반을 두며, 위계적이라기보다는 분권화된 흐름이며, 독립적이지 않고 협력적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조직문화를 위해 영화 인턴《The Intern, 2015》에서 인턴으로 나온 70세 인턴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 분)의 두 대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Experience never gets old”이며, 또 하나는 “The handkerchief is to lend to others, rather than possession for me”이다. 두 대사를 연결해서 풀이해 보면, “경험은 언제나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경험에 대한 자존감을 가져라. 그러나 경험이 권위가 되면 쓸모가 없다. ‘손수건은 빌려주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이 매너를 만드는 것처럼, 경험을 나누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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