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검도를 시작한 지 두 달째다.
정확히 말하면 도장을 등록한 지, 두 달째다.
매주 하루는 빠져야 되고, 이래서 저래서 못 갔으니, 도장은 열댓 번 나온 듯하다.
검도를 시작한 이유는,
인생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고,
몇 달 후엔 유학을 가는 아들놈과 어릴 적 놀아 주지 못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낼 꺼리가 필요했고,
외지에서 홀로 꿋꿋하게 버텨야 할 아들놈이 두려움 없이 부딪히길 원했고,
재택근무를 하며 늦잠을 자는 버릇을 고치고,
스트레스도 풀기 원했고,...
'거, 이유 한 번 더럽게 많네...'
하여튼 열흘까지는 날을 셌지만,
욕심을 부려 약간의 부상(사실 골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과 함께,
밤 활동이 많고 아침잠이 많은 우리 집안 식구들에게 아침 운동은 너무 힘들다.
그래서, 며칠 빠지다 보니, 몇 일째 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렇게 불성실하지만, 우리 부자는 검도관에서 귀여움?을 받고 있다.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도 있고 아비와 아들이 같이 오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특히, 40년 넘게 검도를 해오신 노익장께서 언제나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오늘은 그분께서 우리 부자 앞에 섰다.
호구를 쓰고 있으니 걱정 말고 '큰 동작 머리치기'를 해보라고 하셨다.
허공에 칼 질, 혹은 죽어있는 타격대 공격 외에 공격을 해 본 적이 없는지라 치는 시늉만 했다.
노인이지만, 검객으로서,
나는 그 노익장에 제대로 머리치기를 했다.
집에 가는 길에 아들 녀석은
"울 할아버지 같아서 칠 수가 없었다"라고...했지만,
사실 나는 오늘 검도를 시작하고 가장 힘들었다.
가만히 서 있는 한 명의 인간을 향해 죽도를 내려치는데,
뭐가 이렇게 힘들었을까?...
나중엔 토가 나올 지경까지 힘들었는데,
몇일만에 힘들어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고,
손발에 힘이 빠져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노익장의 '기세'에 눌린 것은 아니었을까...
큰 동작 머리치기를 한바탕 하고 난 후 깨달았다.
초반에 이 기본기가 몸에 익지 않으면 다 쓸모없어진다는 것을...
오늘은 아들과 둘이 남아 큰 동작 머리치기를 더 했다.
마치고 나서도 유튜브를 찾아 공부까지 했다.
내일은 지난주에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구입한 호구를 들고 가기로 했다.
오늘 무리한 탓인지 손목이 시큰거려 파스를 발랐지만, 내일이 기대된다.
'어서 호구 쓰고 죽도로 맞아보고 싶다'
- 202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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