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더럽게 빠르네..."
시간 말이다.
40 중반을 넘어 이제 50을 바라보는 나이.
빚더미 집 한 채와, (남들보단 좀 빠르게) 아들 녀석을 키워낸 것 외에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해 놓은 게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나는 많은 일들을 했다.
회사가 담보하는 '안전'이라는 울타리가 아닌 '도전'이라는 무모함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신체의 변화는 어쩔 수 없었다. 젠장...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고,
의지와 열정은 '허접한 몸뚱아리'라는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요가와 골프를 시작했으나, 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인생을 위해서는
몸을 강하게 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극진 가라데를 선택했다.
유학을 앞둔, 아들은 복싱을 선택했다.
하지만 둘 다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새벽반을 다니고 싶었는데, 요즘엔 새벽 운동이 별로 없더라...
아들 녀석과 이래저래 이야기하다, 우리는 검도를 하기로 했다.
나는 내 안의 투지를 좀 더 이끌어 내주면서 평생 할 수 있는 인생운동을 원했고,
(대학교 때, 죽도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멋있어 잠시 동아리 활동을 했었더랬다.)
아들은 호신과 가오가 모두 필요한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아들과 나는 검도를 시작했다.
첫날, 아디다스 츄리닝 바람으로 일단 갔다.
이미 두 분이 와 계셨는데, 백발이 성성한 분께서 오시더니,
도복을 들어 무릎을 보여주신다.
"잘 왔네, 나이 먹고도 계속할 수 있는 운동이지.
발목보호대, 무릎보호대 차고 하면 도움이 될 거야"라고 하신다.
이어 인상 좋은 사범님이 오시더니,
"저분 70 넘으셨어요"라고 하신다.
검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검도 1일이 시작되었다.
- 2021.0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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